각국의 문화가 어우러진 이태원이 아지트인 내게 제3세계 음식은 낯설지 않다.
처음 접하는 이들은 '향이 강한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처음 먹는 식재료 느낌이 어색하지 않을까?'라며 이런저런 걱정을 하지만, 새로운 맛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직접 밟아보지 못한 땅에서 나는 식재료와 그들이 먹는 음식이 늘 궁금하고 새롭다. 태국이나 베트남 음식은 이제 제3세계 음식이라 하기에도 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폭 넓은 마니아 층이 생기며 퓨전이 아닌 전통에 가까운 맛을 찾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좀 더 시야를 넓혀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특별한 제3세계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먹기 부담 없는 모로코 음식을 소개한다. 이태원의 모로코 음식점 '마라케시 나이트(02-795-9441)'는 모로코인 리티 무스타파씨가 운영한다. 주인장은 모로코대사관에서 수석요리사로 일했을 만큼 맛내기에 일가견이 있다. 상호는 모로코 주요 도시 '마라케시'에서 따왔다. 녹사평역 근처에 1호점과 이태원 제일기획 쪽에 2호점이 있는데, 나는 넓은 2호점을 주로 간다.
처음 메뉴판을 본 사람은 어떤 음식을 시켜야 실패하지 않고 그 나라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전문가인 나의 조언! 타이 음식점에 가면 톰얌쿵을 시키듯 이곳에서는 쿠스쿠스를 기본으로 주문한다. '세몰리나'라 불리는 밀을 물에 불린 다음 올리브오일과 비네거, 토마토, 당근, 닭고기, 열무, 감자, 옥수수, 건포도 등을 함께 넣어 증기에 찐 요리로, 밀의 입자가 작아 씹는 질감이 부드러우며 맛은 고소하고 담백하다. 레몬과 무, 닭고기로 새콤하게 맛을 낸 닭고기 메칼리도 이곳의 대표 메뉴로 피타빵과 함께 먹으면 맛이 조화롭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스페인 음식점 '엘 쁠라또(02-325-3515)'도 강추다. 입구에 세워진 스페인 국기를 보면 유럽 여행 때 먹은 타파스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다. 주요리를 먹기 전에 나오는 작은 접시에 담긴 전채요리 타파스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조금씩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스페인산 흑돼지 목등심 타파스와 하몽 세라뇨, 살라미, 초리조 등이 어우러진 스패니시 모둠 햄을 맥주와 함께 곁들이면 어떤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스페인 음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해물볶음밥 파에야도 별미다. 샤프란의 고운 노란색으로 물든 재료들과 향긋한 냄새가 은은하게 어우러진 파에야는 씹는 질감이 살아 있어 더욱 맛있다.
홍대의 그리스 음식점 '토니스그릭(02-324-8871)'도 상큼한 맛이 그리울 때 찾는 곳이다. 대표 메뉴는 꼬치요리인 수블라키와 바비큐한 고기를 밀전병에 싸먹는 기로스다. 새콤한 차지키 소스를 곁들이고 피타빵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대표 컬러인 코발트블루로 꾸며놓은 인테리어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나는 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다녀온 여행지가 그리워질 때 그 나라 음식을 떠올린다. 산토리니가 그리울 때는 수블라키를 먹고, 런던이 생각나면 피시·칩스를 찾는다.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잘만 찾으면 가고 싶은 곳의 향기가 넘치는 음식점이 주변에 있으니까.
닭고기 메칼리 "레몬을 듬뿍 넣어 만들어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돌게 해요. 닭고기가 부드러워 아이 건강식으로 좋고, 환절기 스태미나식으로도 좋아요."
쿠스쿠스 "부드러운 식감의 쿠스쿠스는 각종 채소와 고기를 함께 먹을 수 있어 영양만점 음식이에요.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해 누구나 부담없이 모로코 음식을 접할 수 있어요."
홍석천씨는 …
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이자 이태원 '마이타이'를 비롯해 '마이첼시' '마이차이나' 등을 성공시킨 레스토랑 오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맛은 물론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가 좋은 베스트 맛집을 매달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