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따라 멋따라] ■을지로3가 '만선호프'
을지로3가 '을지면옥' 건너편 골목길, 모퉁이를 도니 '별천지'같은 광경이 펼쳐지는데, 좁다란 골목길을 가득 채운 노천 테이블과 왁자지껄 떠들며 호프를 입으로 털어 넣는 사람들. 어림잡아 그 수가 족히 기백은 되어 보인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가 연상되는 풍경이다.
을지로3가 '만선호프'다. 20년 전부터 있었던 곳이다. 호프 한잔(500㏄) 가격이 2,500원, 대표 안주인 노가리 1마리가 1,000원. 세월이 흘렀어도 가격은 변하지 않은 듯하다. 주문도 필요없다. 자리에 앉으면 사람 수 맞춰 호프와 노가리가 자동으로 나온다. 물론 다른 안주도 있지만 손님의 99% 이상이 노가리를 찾는다. 통북어 크기의 바싹 구운 노가리는 사실 품질로 따지자면 '베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과자처럼 부서지며 씹히는 맛이 제법 괜찮다.
메뉴는 특별한 것 없지만 '만선호프'에 정이 가는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다. 허름한 가게는 약 2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다. 노천까지 합치면 300여명이 한꺼번에 앉는다. 손님은 중장년층이 주를 이룬다. 모인 이들은 저마다 고달팠던 하루일과를 이야기하며 '저렴한' 호프와 노가리에서 위안을 찾는다. 그리고 이름처럼 만선의 희망을 품고 내일을 꿈꾼다. 이런 애틋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가을이 가기 전 꼭 한번 들러볼 일이다. 만선호프는 낮 1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한다.
(02)2274-1040글ㆍ사진 김성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