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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仙술zip] |
글쓴이: 스위티 | 날짜: 2011-12-07 |
조회: 68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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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ok.badakencoder.com/view.php?category=Q0wNNFE7VSpCNQxJT1U%3D&num=EhxGeRA%3D&page=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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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밤늦게까지 술을 파는 심야식당, 흔히 말하는 '술집'에는 입소문 난 맛집과는 또 다른 차별화된 음식과 고객과의 소통으로 쌓여가는 이야기 그리고 정이 담겨 있다.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홍대 주변과는 달리 합정역 부근 먹자골목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직장인들이 퇴근길 회포를 풀기 위해 들르는 장소. 먹자골목 초입에 위치한 '仙술ZIP'은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요즘 술집과는 거리가 멀지만 영화 < 해리포터 > 에 나오는 비밀의 문처럼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다. 좋은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며 술잔을 기울이고, 왁자지껄 사는 이야기가 넘실대는 정겨운 仙술ZIP을 찾았다.
올해로 21년째 일식요리만 전문으로 해온 추권영 셰프가 운영하는 仙술ZIP은 2003년에 오픈한 작은 술집이다. 조선호텔에서 일식 셰프로 15년간 일했던 그는 음식과 술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을 차리고 싶었던 젊은 시절의 꿈을 이뤘다. 仙술ZIP은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외관이어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저녁 7시만 넘으면 단골손님들로 북적인다. 손님의 99%가 단골일 만큼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데, 처음 오는 손님들은 협소하고 오래된 공간을 보고 도로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골을 따라 잔뜩 기대를 갖고 찾아온 손님 역시 열이면 열 가게에 들어서면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한데 막상 음식을 먹고 나면 다음번에 다른 이들을 대동하고 찾아와 단골이 된단다. 이렇게 단골이 단골을 만들며 멀리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 보니 4인 이상의 단체는 받지 않는 것이 이곳의 규칙이다.
기다랗게 자리 잡은 바와 4인용 테이블이 가지런히 놓인 내부에 들어서면 벽면 가득 붙어 있는 메뉴판을 볼 수 있는데 크게 회와 구이, 꼬치류로 나눌 수 있다. 콘셉트는 술집이지만 술보다는 요리를 먹으러 오는 사람이 더 많을 만큼 추 셰프의 내공이 깃든 메뉴가 인기다. 그래서 손님들 중 과하게 취해 실수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맛있는 음식을 즐길 줄 알고 적당히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이 仙술ZIP 단골 자격이 있다.
仙술ZIP 대표 메뉴는 역시 회(사시미)다. 일식요리사 출신답게 국내에서 즐겨 먹는 활어가 아닌 숙성회를 취급하는데, 숙성 과정에서 특유의 비릿함은 사라지고 육질이 차져 씹는 맛이 좋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회는 지나치게 부드러운 편이라 씹는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반숙성 회를 취급한다.
회는 메뉴판에는 따로 없는데 추 셰프가 그날그날 수산시장에서 맘에 드는 재료를 사오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영업이 끝난 후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수산물 시장에 간다. 하루에 두 번 수산시장에 가는 날도 있는데, 생선의 특징에 따라 새벽에 가져와 숙성시켜야 하는 것과 낮에 숙성시켜야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날의 최상급 재료를 구입하는데 인기 있는 메뉴라도 상태가 좋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고 질 좋은 물건이 있으면 앞뒤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구입해 올 때도 있다. 그래서 어제 먹었던 메뉴라도 다음 날 가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매번 색다른 메뉴를 기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 온 손님들은 메뉴판에 회가 없는데도 주문해 먹는 다른 손님들을 보고 어리둥절해하기도 하는데 단골들은 그날그날 추 셰프에게 어떤 회가 준비되는지 묻고 추천을 받아 주문한다. 운이 좋으면 한 달에 한 번 들어오는 생물 참다랑어를 맛볼 수 있다. 회를 낼 때는 다른 집과 달리 레몬이 아닌 채 썬 생강을 곁들인다. 간혹 레몬을 찾는 손님도 있는데, 좋은 재료를 구입해 손질하고 숙성 과정을 통해 비린내가 자연스레 제거되기 때문에 따로 레몬을 곁들일 필요가 없다고 한다.
仙술ZIP에는 회 외에도 메뉴판에 없는 메뉴들이 있는데 이 역시 단골들만의 재미다.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메밀소바와 겨울에만 주문 가능한 우동 역시 아는 사람들만 주문해 먹는 메뉴. 진한 가다랑어포 국물에 탱글탱글한 어묵이 올라간 우동은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 안성맞춤이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 오는 손님에게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주문하는 것을 눈여겨봤다 다음에 올 때 그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다. 손님들 스스로가 이 집의 룰을 알아가는 것이다.
요즘같이 쌀쌀해지기 시작할 때는 따뜻하게 데운 청주를 많이 찾는데 추 셰프는 복어 지느러미가 들어간 히레사케를 특별히 추천한다. 仙술ZIP의 히레사케에 들어가는 히레는 추 셰프가 복어 지느러미를 일일이 손질해 잘 말린 뒤 구워 사용한다. 잘 말린 히레는 청주에 우렸을 때 보리차처럼 고운 황금색을 띠며 비린 맛이 전혀 없고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25초 정도 후에 히레를 꺼내는 것이 적당하다고 추 셰프는 귀띔한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청주는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모두 술 좋아하는 추 셰프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술이라고 한다. 그중 '가모츠루 혼죠조 가라구치'는 차게 해서 마셔도 좋고 따뜻하게 마셔도 맛있는 술이라며 강력 추천한다. 여기에 늦가을부터 겨울 내내 지방이 올라 맛있는 고등어회를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숙성시킨 고등어회의 풍부한 지방과 새초롬한 맛이 깔끔한 청주와 어울려 입안에서 깊게 퍼지는 향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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