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샤부샤부 국물에 살짝 담갔다 꺼내보면 이 조개 이름에 왜 '새'가 붙는지 바로 이해가 간다. 조갯살이 진짜 새처럼 생겼다. 새조개는 야구공보다 조금 작은 동그랗고 볼록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다. 이 껍데기를 벌리면 발과 몸통, 내장이 드러난다. 새조개는 발이 유난히 길고 통통한데 가운데가 살짝 구부러졌고 끝은 뾰족하다. 표면은 짙은 자주색을 띠지만 속살은 뽀얗다. 조갯살이 싱싱한 날것일 때는 부드러워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익으면 약간 단단해지면서 형태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뾰족한 발끝은 새의 대가리와 부리 그리고 나머지는 새의 몸통과 영락없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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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급 초밥 재료새조개는 12월 초부터 잡히기 시작해 요즘 같은 한겨울에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며 제철을 맞는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쌍둥이상회' 주인 박용근씨는 "올해는 지난 5일쯤부터 나왔는데 평소보다는 약간 늦은 편"이라고 했다. 가격은 1㎏당 2만원으로 싸진 않다. 박씨는 "한겨울이 되고 출하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조금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1㎏은 껍데기를 포함한 무게로, 조갯살만 발라내면 600g쯤 된다. 보통 10마리쯤으로, 건장한 남성이 한 끼 먹기에는 약간 아쉬운 정도의 양이다.
한국에서 새조개를 먹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전남 여수와 경남 일부 지역에서 1940년대 중반부터 새조개를 대량 양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으로 거의 전량 수출되다가, 10여 년 전부터 서울 수산시장 등지에도 조금씩 출하됐다. 이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겨울철 별미로 인기를 얻었다.
새조개가 한때
일본으로 전량 수출됐던 건 초밥으로서 수요가 넘쳐났고 자연히 가격도 높이 쳐줬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일본 사람들은 새조개를 '도리가이'라 부르며 고급 초밥 재료로 썼다.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한 탄력을 가진 조갯살과 담백하면서도 달착지근하달 정도로 농후한 감칠맛 덕분이다. 글루탐산, 글리신, 타우린 등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을 조개류 중에서도 가장 많이 함유한 축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