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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직화 제주통구이, 제주의 맛과 느낌 그대로

글쓴이: 파란눈물  |  날짜: 2014-04-28 조회: 2
http://cook.badakencoder.com/view.php?category=Q0wNNFE7VSpCNQxJT1U%3D&num=FR5NcRs%3D&page=1   복사
1980년대 초, 경찰청이 자리한 지금의 서울 충정로 근처에 정진학원이라는 대입 학원이 있었다. 당시 학원 골목에 돼지고기를 구워 파는 고깃집이 옹기종기 자리 잡았다. 저녁 강의가 끝나고 재수생과 학생들이 학원 밖으로 나오면 골목 안은 돼지고기 굽는 연기와 냄새가 자욱했다. 아직 그런 집에 출입할 돈도 나이도 한참 모자랐던 학원생들은 쪼르륵거리는 배를 달래가며 코를 벌름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철로 만든 후앙(환풍기)은 매정하게 돌아갔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고기에 소주병을 기울이는 직장인들 모습은 어둑어둑해진 골목길과 함께 지금도 실루엣처럼 뇌리에 남아있다. 경기도 구리의 < ;정진식당 > ;은 제주통구이 전문점이다. 엷은 미소와 함께 한창 학업에 정진했던 시절의 돼지 구이 골목을 떠올리게 한다.

제주 중산간 청정 돈육, 활짝 핀 참숯꽃에

하얀 간판에 빨간 참숯꽃 세 송이가 피었다. 부동의 제주 특산물인 감귤의 속살 모습이 숯불과 겹쳐 보인다. 아마도 주인장이 제주 이미지인 감귤과 참숯 직화구이 제주통구이의 이미지를 합성해 표현한 듯하다. 제주 중산간 여기 저기에 돋아난 한라산 기생화산인 오름도 따지고 보면 화산꽃이다.


참숯직화 제주통구이, 제주의 맛과 느낌 그대로

자리에 앉자 활화산의 불꽃을 닮은 숯불이 들어왔다. 제주통오겹살(150g 1만1000원)과 제주통목살(150g 1만1000원)을 주문했다. 고기 양이 생각보다 많아 보였다. 고기를 가져온 직원이 중량 기준은 150g이지만 실제로는 약 170g 정도씩 준다고 귀띔했다.

제주통오겹살과 제주통목살, 제주통갈비 등 이 집 돼지고기는 모두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서 키운 제주산 돼지고기다. 이 가운데서도 높은 등급의 암퇘지 고기만 사용한다. 제주의 중산간 지대는 기생화산인 오름이 많은 구릉과 평원지대다. 경관이 뛰어날 뿐 아니라 예부터 목장이 발달한 곳이다. 말의 천국에서 자란 돼지들이다.

제주 중산간 지대는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한 청정지역이다.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서늘한 고원지대여서 돼지의 면역력이 강한 편이다. 따라서 돼지 콜레라나 구제역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온이 낮은 중산간 지대에서 자란 돼지는 스스로 추위에 대응하기 위해 다소 지방층이 많지만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또한 근지방도(마블링)가 높고, 보수성이 좋아 구우면 쉬 굳지 않으며 촉촉한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이 집에선 제주산 돼지고기를 이틀에 한 번씩 육지로 공수한다. 양질의 참숯에 구우니 제주산 돼지의 특성들이 더 도드라지는 듯하다.

고기만 먹기엔 아까운 수준급 반찬들 다양

고기만 제주산이 아니다. 돼지고기를 찍어 먹는 젓갈인 멜젓 역시 제주산 멸치로 푹 삭힌 멸치젓갈이다. 고기와 함께 불판에 얹어 끓여가면서 찍어 먹는다. 짭짤하고도 곰삭은 젓갈이 고기 맛을 착실하게 내준다. 인절미에 찍어먹는 조청만큼이나 제구실을 다한다. 멜젓에 찍거나 적당한 길이로 자른 잘 익은 파김치를 쌈으로 싸서 먹는 오겹살과 목살 맛이 제일인 듯하다.


참숯직화 제주통구이, 제주의 맛과 느낌 그대로

찬류도 웬만한 밥집보다 아주 다양하고 맛깔스러워 고기 먹는 즐거움을 더 늘려준다. 방풍나물, 우엉, 묵은지로 만든 장아찌 3종 세트는 기름진 돼지고기에 직접 견제구를 던진다. 곤약 조림과 흑임자 샐러드는 고기가 익기 전에 심심풀이로 먹기엔 아까울 정도다. 동치미는 고춧가루를 풀어 국물이 빨갛다. 마치 식혜에 고운 고춧가루를 풀어 넣은 안동식혜를 연상시킨다. 가끔씩 국물을 마시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새싹을 가미한 단호박 샐러드도 나온다. 이 단호박은 제주도 한림 일대에서 재배한 것이다. 제주에서 오겹살과 목살을 보낼 때 제주도 소주인 '한라산'과 함께 배를 타고 뭍으로 상륙한 것이다. 단호박의 고소한 풍미가 풍부하고 달아 여성 고객이 좋아할 만하다. 여기에 주말에는 양상추샐러드가 추가된다니 놀랍다.

순천서 담근 된장에 한우 갈비로 끓인 찌개 맛 일품

고깃집마다 고기를 먹고 나서 식사를 겸해 간단히 먹는 후식메뉴가 있다. 간간이 후식 메뉴로 그 집 수준을 가늠하기도 한다. 이 집에는 가리된장찌개와 동치미 냉국수가 있다. < ;정진식당 > ;은 주인장의 처가가 있는 전남 순천시 별량면에서 담근 된장을 쓴다. 주인장의 장모님이 동네에서 집집마다 만든 메주를 거둬 된장을 담근다. 이 된장을 다른 된장과 섞어서 된장찌개를 끓인다.

직접 담근 된장을 넣어 끓인 탓도 있지만 찌개에 한우 갈비가 들어가 맛이 한결 출중하다. 갈비나 갈비탕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작은 자투리 갈비를 모았다가 넣고 끓여 그 맛이 한결 깊고 구수하다. 썩어도 준치고 작아도 한우갈비다. 크기에 관계 없이 갈비 맛은 된장찌개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굳이 조미료로 맛 내지 않아도 돼 조미료를 최소화했다. 갈비가 들어가 메뉴 이름도 가리된장찌개(6000원, 후식용 3000원)다.


참숯직화 제주통구이, 제주의 맛과 느낌 그대로

동치미 냉국수는 찬으로도 나오는 바로 그 동치미에 국수를 말았다. 국수는 중면 정도의 굵기인데 씹을 때 탄력이 있다. 담담하고 슴슴하면서 살짝 매콤한 뻘건 국물이 매력적이다. 역시 식사용(6000원)과 후식용(4000원)이 있다. 함께 들어가 적당히 익은 갓김치가 개운하고 매콤한 맛을 낸다.

홀 안쪽에 28인석 내실이 있어서 회식이나 작은 모임을 진행하기에 좋다. 가족이나 친구 모임을 열면 분위기가 좋을 듯하다. 소싯적 그 학원에서 만났던 친구가 자주 했던 우스개 소리도 떠오른다.

"내 기필코 좋은 대학 나와 돈 많이 벌어가지고, 저 집 돼지고기 나 혼자 몽땅 다 사먹을 거다. 아, 너한테만은 내가 특별히 몇 근 양보하마!"

세월이 한참 흘렀다. 유독 흰소리 잘 했던 그 친구는 돈 잘 벌고 돼지고기도 자주 사먹는지 궁금하다. 지금쯤 인생의 꽃 활짝 피웠을 테지? 한 번 만나 잘 구운 돼지고기에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아마 지나간 추억보다 더 좋은 안줏감은 없을 테고.

< ;정진식당 > ; 경기도 구리시 아차산로 500번길 15 031-557-6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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