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민어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생선이다. 일단 이름에 '백성 민民' 자를 붙일 만큼 예로부터 귀천을 따지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 즐기던 여름 대표 보양식이다. 게다가 한 마리면 쓸개 빼고는 살과 껍질, 알, 부레까지 버릴 것도 없이 알차고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먼저 회로 먹고, 전 부쳐 먹고, 구워 먹고, 쪄 먹고, 남은 것은 탕으로 진한 국물을 즐기는데, 무더위에 지쳐 잃은 기력을 회복하는 데 이만한 보양식이 없다.
요즘은 삼복더위 보양식으로 삼계탕과 보신탕을 먼저 떠올리지만 조선시대에는 복중에 민어를 즐겼다. "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더위를 이기는 복달임 음식 중 최고로 꼽았다. 식욕을 돋우고 성장 발육을 도우며, 특히 젤라틴이 주성분인 부레는 노화를 늦추고 피부에 탄력을 주는 데다 무엇보다 흔한 생선이어서 남녀노소는 물론 귀천을 따지지 않고 두루 즐겼다. 시쳇말로 '없는 집'에도 잔칫상과 제사상에 약방의 감초처럼 올라갔다. 민어民魚는 문자 그대로 '백성의 물고기'였던 것. 하지만 요즘에는 민어가 많이 잡히지 않아 값이 조금 비싼 편인 게 흠이다. 영양이 풍부하며 버릴 게 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지만 요즘은 고급 생선으로 친다.
신안 임자도와 지도 부근에서 잡은 걸 으뜸으로 치는데, 가격은 6월 중순 기준 1kg당 수컷은 5만 원, 암컷도 3만 원 선 정도. 하지만 어획량이 많을 때는 수컷 최상품이 3만 원 선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크기가 클수록 맛도 더 단데 특히 여름에 더 맛있다. 그 이유는 7~8월 산란기를 앞두고 몸에 기름이 가장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대개는 암컷이 더 맛있다지만 민어는 특이하게도 암컷보다 수컷을 쳐준다. 암컷은 알이 워낙 커서 살이 적은 데다 알을 만드느라 기름기가 빠져 수컷보다 살이 퍽퍽해서다. 추석 전까지가 제철로, 7월 말 산란기 직전까지는 암컷도 살과 기름이 잔뜩 올라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