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우족탕 가격 너무 비싸다
요즘 날씨가 무척 덥다. 당연히 여름철 보양식이 생각난다. 소양인인 필자는 삼계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소양인에게는 닭과 인삼이 들어간 삼계탕은 궁합적으로 잘 안 맞는다. 체질적으로도 안 맞지만 입맛으로도 삼계탕은 잘 안 당긴다. 그렇다고 서울 양반이 개장국을 먹을 수도 없고 대안으로 생각한 음식이 우족탕이다.
최근 들어 우족탕이 계속 생각나서 조사를 했더니 서울 시중 음식점 우족탕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서초동 모 식당 1만9000원, 잠원동 모 식당 2만3000원, 삼성동 모 식당 2만원, 주교동 모 식당 1만7000원으로 한 끼 식사로는 아주 무거운 가격이다. 또 이외에 다른 식당은 수입 우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 [조선닷컴]우족탕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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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원하는 우족탕의 표준 사양은 첫째, 1만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둘째, 한우 혹은 최소한 육우로 만들며 셋째, 곁들이는 김치와 깍두기가 맛있어야 한다. 최근 이에 적합한 곳을 한 집 발견했다. 유명 외식기업에서 운영하는 고깃집의 우족탕인데 1만3000원이다. 합리적인 가격이다. 양도 꽤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유명 블로거들이 지나치게 밀어주기 식으로 포스팅을 해서 제외했다. 블로그 포스팅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전형적인 사례다. 유명 음식점 블로그 포스팅도 좋지만 새로운 곳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발굴 목적은 본인 스스로 저렴한 우족탕이 먹고 싶어서다.
필자가 잘 아는 한우 전문점에서 여러 번 우족을 구해왔지만 아내는 한 번도 우족탕을 끓여 준 적이 없다. 요즘에는 주부들이 집에서 사골이나 우족 등을 거의 안 끓이는 추세다. 우족을 구해오면 아내는 좋아하긴 하지만 우족은 냉장고에 처박혀 있거나 처갓집 장인, 장모님 몫이다. 어쩔 수 없이 우족탕은 식당에서 사먹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먹기에는 우족탕 가격이 크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겨우 한 곳을 찾았다.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 <일등급한우>. 정육점형 한우 식당이지만 여름 보양식으로 우족탕을 판매한다고 한다. 우족탕 가격은 1만2000원. 필자가 원하는 가격이다. 회사 직원과 차를 몰고 성남으로 발진했다. 사무실에서 약 20분 정도 거리다.
<일등급한우>는 식상한 상호지만 가급적 좋은 한우를 쓰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역시 여름철 보양식으로 우족탕을 판매 촉진하고 있다. 분명 1만2000원이다. 점심시간이어서 한산했다. 성남 구시청 인근이라 상권이 많이 쇠락했다. 육부를 담당하는 사람이 주인장이다. 나중에 우족탕 때문에 짧게 이야기했는데 친절하고 인상도 좋았다.
콜라겐이 풍부한 우족탕, 남녀노소에게 모두 좋은 먹을 거리
우리는 우족탕을 두 그릇 주문했다. 그리고 한우찜도 추가했다. 우족탕 국물이 진하다. 우족탕 국물에 설렁탕 국물을 어느 정도 섞었다. 우족만으로 국물을 끓이면 지나치게 진득진득하다고 한다. 국물이 담백하다. 거의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좀 식으니 국물이 상당히 고소하고 깔끔하다. 요리의 개념보다는 좋은 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한 것 같다. 아마추어적인 맛이다. 조미료 반대파는 아니지만 나이가 드니 조미료 맛이 점점 멀어진다. 우족은 제법 큼직하지만 전반적으로 양이 많지는 않다. 1만2000원이니 이해할만하다.
우족은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이다. 더욱이 마그네슘, 철분 등 영양소도 많이 있지만 콜라겐이 많아 피부와 골다공증에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남자 스태미나 식으로 좋다고 알려졌다. 콜라겐이 많이 들어간 우족은 우선 맛있다. 양념간장에 찍어 먹어야 한다. 좀 지나치게 많이 끓여서 물렁물렁했지만 그래도 고소했다. 육고기 정육부위를 먹을 때와 또 다른 별미가 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우족을 사다가 아내에게 해달라고 강권해야겠다.
별도로 주문한 한우 찜이 의외로 맛있다. 양념에 청양고추 등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것 같다. 마치 스튜같이 부드럽고 매워서 술안주로도 그만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구의 찜갈비보다 이집 찜 양념이 훨씬 맛있다. 공중파 등으로 유명해졌지만 필자는 대구 찜갈비가 맛있다는 생각이 든 적이 한 번도 없다.
김치와 깍두기 등은 그다지 맛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것도 탕 전문점이 아닌 구이 전문점이라서 살짝 이해를 했다. 이집 주인장이 처음에는 인근 어르신들에게 한 번 대접하려고 우족탕을 끓여서 제공했더니 반응이 좋아서 여름 메뉴에 집어넣었다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처음에는 1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더니 주변에서 너무 저렴해서 진짜 한우가 아니라는 인식을 줄 수가 있다고 해서 1만2000원을 받고 있다고. 그러면 2만원짜리 우족탕은 무엇이란 말인가. 잠원동 모 식당은 우족탕 한 그릇이 2만3000원이다. 한우 생산과 유통 전문가 이야기에 따르면 한우 사골과 우족 등 부산물은 엄청 남아돈다고 하는데 서울 시중 우족탕 가격은 2만원대를 받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식당들은 아직도 수입산을 고집하고 있다. 수입산이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국내 자체에서 남아돌아 일부 폐기할 정도라고 하는데 가격적인 측면만 따져 수입산을 사용하는 식당 업주는 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아는 설렁탕집은 10년간 수입산으로 설렁탕을 판매했는데 필자의 조언으로 한우로 바꾸었더니 고객 반응이 훨씬 더 좋아졌다고 한다.
경기도 변두리의 잘 아는 한우식당 업주에게 우족탕 관련 문자를 보냈더니 그 양반도 서울 시내 우족탕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한탄을 한다. 가게를 나오면서 주인장에게 여름이 지나도 우족탕을 계속 판매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집에서 안 끓여주는 우족탕, 식당에서 사먹으면 너무 비싸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우족탕집 어디 없을까.
<일등급한우>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3406 (031)722-2095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blog.naver.com/tab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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