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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들 때 훌쩍 떠나 먹고 오는 강원도 정식 |
글쓴이: 니브 | 날짜: 2012-11-05 |
조회: 5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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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ok.badakencoder.com/view.php?category=REgKL1Yq&num=EhFOcBo%3D&pag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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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사무실이나 집 안에만 있기엔 억울한 계절이다. 소슬바람 따라서 가까운 곳에라도 다녀오고 싶어진다. 서울 사람들에게 춘천은 가을을 맞이하러 다녀오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피천득 선생이 새겨놓은 춘천에 대한 인상을 제하고도 춘천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다. 초가을의 달디단 바람과 함께 강원도의 풍광과 문화도 체험하고 맛있는 음식도 곁들인다면 썩 괜찮은 가을나들이가 될 것이다. 강원도 토속음식을 주제로 한, 건강 한정식을 선보이고 있는 춘천시 퇴계동 ‘곰배령’은 강원도 드라마 갤러리와 한 건물에 있다. 둘은 함께 강원도 문화의 힘과 맛을 보여준다.
곰배령 고개에서 얻은 위안과 치료
‘곰배령’ 주인장 조종관 씨는 고등학교의 한문이나 윤리 선생님을 연상시킨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에 부드러운 인상은 손님을 편안하게 해준다. 조씨는20년간 공무원으로 봉직 후, 우연한 기회에 대형 갈빗집을 성공적으로 경영했다. 식당이 예상 외로 잘 나가자 건물주가 욕심을 냈다. 우여곡절 끝에 식당은 건물주에게 돌아갔다. 그가 살뜰히 키운 식당과 공들여 영입했던 주방 인력들도 더는 그의 소속이 아니게 됐다. 금전적인 손해도 컸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이내 병이 들었다. 마음이 아프더니 몸까지 아파왔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산을 찾았다. 산은 그에게 위로와 함께 치유를 선물했다. 강원도 인제의 점봉산 아래 곰배령은 조씨에게 각별했다. 찾아갈 때마다 카펫처럼 깔린 야생화들이 계절별로 아름답게 피어났다. 사람들이 ‘천상의 화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철에 핀 얼레지는 조씨를 감동시켰다.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건 사람이지만, 그걸 치유해주는 건 자연이었다. 곰배령에 다녀올 때마다 조씨는 그렇게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차츰 모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춘천 강원도 드라마 갤러리 건물에 식당을 할 만한 공간이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건물관리가 안 된 곳이었다. 조씨는 큰돈을 들여 수리를 하고 공사를 했다. 새로 닦아내고 꾸미니 아주 멋진 레스토랑으로 변했다. 그 자리에 760.33m²(230평)의 널찍한 한정식당을 차렸다. 그리고 ‘곰배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먹어서 몸에 좋고 치유가 되는 음식, 편안하게 품어주는 공간, 바로 그의 안식처였던 곰배령을 손님들에게도 체험케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힐링 트렌드와 부합하는 강원 토속 음식이 밥상의 기본
‘곰배령’은 강원도 토속음식을 기본으로 한 한정식을 낸다. 상차림에서 강원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각종 산나물류와 장아찌는 물론이고, 메밀총떡, 부꾸미, 옥수수를 곱게 갈아 만든 올챙이 국수 등이 그 대표적인 메뉴다.
강원도 밥상의 특징은 아무래도 산나물을 빼고는 얘기가 안 된다. 정선과 홍천의 묵나물, 횡성의 더덕, 양구의 곰취를 쓴다. 호박과 곤드레 나물 등 그 밖의 제철 나물과 채소는 임산물협동조합이나 인근의 농민들과 직거래를 통해 구입한다. 보다 양질의 다양한 나물을 확보하고 고객이 쉬 물리지 않도록 번갈아 가면서 사용한다. 소화를 돕기 위해 겨울철에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내열도자기에 나물을 담아낸다.
강원도 음식은 다른 지역에 비해 화려하거나 다채로운 면은 충분치 않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 대표도 많은 고민을 한다. “강원도 음식은 미각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담담하고 소박하지요. 사실 그게 강원도 음식의 장점이자 특징입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사람들의 입맛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퓨전적인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강원도 음식에 익숙하거나 어려서부터 먹어온 사람은 그 가치를 잘 알지만 처음 접하는 외지인들은 자칫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자극성이 적고 청정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몸에 좋은 음식이 바로 강원도 음식이다. 그렇다고 서울 등 외지인의 출입이 잦은 이 집의 특성상 무조건 강원도 맛만을 강요할 수도 없다.
강원도 맛 물씬 나는 묵나물과 황태·오징어고추장구이
‘곰배령’의 코스 메뉴인 강원도 토속정식(1만7000원)에도 이런 사정이 반영되었다. 우선 이런 저런 ‘한 상 차리기 식’ 가짓수 위주의 한정식에서 벗어났다. 강원도 토속음식과 일반 한식, 퓨전 요리 등을 섭섭지 않게 골고루 맛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계절에 따라 음식류 별로 식재료와 메뉴를 다양하게 돌아가면서 낸다.
강원도 토속정식은 두 차례에 걸쳐 나온다. 1차는 에피타이저 개념이다. 죽, 잡채, 샐러드, 부꾸미, 불고기냉채가 나온다. 요즘에는 녹두죽이 나오는데 고소한 녹두 향을 느낄 수 있다. 최근까지는 죽 대신 강원도식 도토리묵사발이 나왔다. 부꾸미도 흑미찹쌀로 만들어 식감을 부드럽게 했다. 당귀 향이 은은한 불고기 냉채도 입맛을 자극한다.
2차에 나오는 메뉴들이 강원도 토속정식의 주인공이다. 진부령 덕장에서 손질까지 마친 황태구이, 최근 손님들에게 강원도의 맛으로 인기를 끄는 오징어고추장구이가 단연 압권이다. 매콤한 고추장소스가 닭고기와 어우러져 감칠맛을 내는 토종닭무침도 이곳이 강원도 춘천임을 일깨워준다. 이천 쌀과 철원 쌀로 지은 밥에는 밤, 강낭콩, 버섯, 더덕, 조를 넣어 맛과 영양을 한층 강화했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효소로 만든 우엉, 당귀, 취 장아찌도 입맛을 일깨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강원도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강원도의 멋과 맛을 한걸음에
‘곰배령’ 주변에는 강원도 토속 관광자원이 많다. 강원도 향토공예관과 강원도 드라마 갤러리는 이 집과 같은 건물에 자리잡았다. 강원도 토산품 전시와 함께 강원도에서 촬영했던 ‘겨울연가’ 등 드라마의 주요 장면도 다시 보여준다. 춘천고속버스터미널과 남춘천역에서 각각 5분 거리여서 맛난 식사와 함께 춘천과 강원도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남춘천역 풍물시장도 볼거리가 쏠쏠하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인근의 김유정 문학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이 집은 춘천 도심에 위치하지만 아주 편안한 느낌을 준다. 넓고 쾌적한 실내에65개의 테이블이 있고, 야생화 이름을 딴 다양한 모임방이 마련되어 여러 대소 모임에 적당하다. 식사 후에는 바로 옆에 붙어있는 ‘곰배령카페’에서 10여 가지 원두커피와 국산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춘천의 명물인 춘천옥(玉) 가루를 바닥에 깔아 음이온이 방사된다고 한다. 식사 후 차를 마시기 위해 다른 장소로 자리를 옮길 필요가 없어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추석 전날과 당일은 쉰다.
<곰배령> 강원 춘천시 퇴계동, 문의 033-25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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