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야
이자카야 + 빈티지 카페
이자카야의 전형적인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면, 차 마시는 분위기에서 가볍게 술 한잔 하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면 타카야의 문을 열어라. 빈티지 카페와 이자카야, 둘의 매력이 깔끔한 하모니를 이룬다. 군데군데 놓인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고, 캐나다에서 요리를 배워온 20대 후반의 젊은 사장과 깔끔한 훈남들의 서빙도 흐뭇하다. 또 하나 재미는, 바깥에 세워 있는 미니 사이즈의 꼬치 포장마차. 앙증맞은 모습에 이끌려 들어오는 사람도 더러 있을 듯. 모둠 꼬치 구이(1만2천원)를 주문하면 돼지고기, 닭고기, 베이컨 방울토마토 말이 등을 열심히 구워서 들여온다. 직접 불판에서 내오는 철판 요리도 담백하고 맛있다. 일본식 삼겹살 찜인 차슈모리(1만9천원)가 강추 메뉴. 양상추, 무순 등의 채소와 삼겹살 한 점을 한 젓가락에 집어 입에 넣으면 아삭거리는 야채와 쫄깃한 고기의 어울림이 가히 환상적이다. 여기에 간이 잘 맞는 폰즈 소스까지 한몫해, 어느 누구의 입맛에도 착 달라붙을 듯.
기획 김수정 | 포토그래퍼 SB1 스튜디오 | 쎄씨
텟펜
이보다 더 신날 순 없다
홍대앞에 재미있는 곳이 한두 군데일까마는, 문을 드르륵 열자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하고 큰 소리로 ‘떼창’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냥 술만 마시는 걸로 끝은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은 적중. 맛있어서 맛있다고 했을 뿐인데, ‘여기 손님이 맛있답니다!’ 하며 모두에게 전달하고, 열 명이 넘는 ‘텟펜인’들은 한목소리로 씩씩하게 인사하며 화답한다. 차가운 아사히 맥주 한 모금 꿀꺽, 브로콜리 새우 한입 아삭, 여자끼리 모여 수다 한판 떨기 딱! 안주류는 1만원 안팎으로 그다지 비싼 편은 아니나 1인당 봉사료가 2천5백원 붙는다. 그만큼 서비스에는 자신이 있다는 소리.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는지 알고 싶다면, 미리 예약을 하고 4시에 방문해보라. 그들이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심기일전하는 시간인 ‘조례’를 엿볼 수 있다. ‘눈을 감고 5년 후의 미래 상상하기’ ‘짝을 지어 1분 동안 감사한 말 서로 외치기’ ‘스트레칭’ 등 마치 중·고등학교 때 갔던 수련회가 떠오르는 시간. ‘업그레이드된 예의 바른 바보가 됩시다’ 등의 하루 목표도 정한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열의까지 샘솟는다. 신나고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는 마치 유쾌한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미네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도 언뜻 떠오르고, ‘런치의 여왕’처럼 알콩달콩 에피소드도 만발할 것 같다. 흠, 봄바람이 잔뜩 들었나. 나 여기 손님 말고 직원 하고 싶은데.
기획 김수정 | 포토그래퍼 SB1 스튜디오 | 쎄씨
쿠바
쿠바의 열정을 마시다
“비바 엘 모히토!(Viva el mojito!)” 작년 5월 쎄씨 ‘아이 러브 펫’ 행사가 끝나고 나서 편집부끼리 뒤풀이를 했던 곳. 민트 잎이 가득하던 유리 볼에서 잔이 돌아갔다. 민트 잎을 혀로 살살 밀어내며 목으로 넘기니 민트와 라임, 럼주가 어우러져 달콤하고 시원하고 싸하다. 쿠바의 해변에서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던 모히토! 그가 쿠바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았다. 그날 처음 맛본 모히토에 반했고, 쿠바의 ‘쿠바스러운’ 허름한 듯 나른한 분위기에 홀딱 취했다. 어떤 이야기라도 술술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유의 공간. 조명과 음악에 심취해 몽롱한 눈으로 그곳에 놓인 소품을 찬찬히 훑다 보면, 모든 걸 눈에 담아가고 싶다는 ‘여행자’의 아련한 열망이 든다. 매혹적이고 불가사의하며 낭만적인 나라 쿠바의 향기. 그날 이후 다른 곳에서도 메뉴판에 모히토가 있으면 무조건 주문하지만, 쌩할 정도로 깔끔한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모히토는 그 모히토가 아니더라. 정열의 쿠바를 가는 그날까지, 가로수길 쿠바에서 그 로망을 다독여야지.
기획 김수정 | 포토그래퍼 SB1 스튜디오 | 쎄씨
코코노체
이 와인, 정말 다 마셔봐도 돼?
캐주얼&내추럴 콘셉트의 와인 바. 특히 에디터 같은 ‘와인 청맹과니’에게 딱인 곳. ‘자판기’라 칭해도 좋을 와인 머신에는 배스킨라빈스보다도 한 가지가 더 많은 32가지 와인이 꽂혀 있다. 아이스 머신에 스페셜 와인 머신까지 합하면 무려 48가지.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해 온 기계는 질소가 투입되어 있어 와인이 산화되는 것을 막는다. 2만원이면 그 많은 와인을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와인 뷔페가 펼쳐진다. 각 와인당 테이스팅, 하프, 풀 등으로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있으니 테이스팅으로 여러 와인의 맛을 보는 것도 좋겠다. 혀의 미각을 살려 예민하게 맛보는 재미는 와인뿐 아니라 초콜릿 플레이트(9천원)도 있다. 직접 수입해 오는 초콜릿으로, 특히 시카고 스타일인 보제 초콜릿이 별미. ‘카레 맛이 나서 카레 맛이 난다고 한 것인데, 왜 나냐고 물으시면…’ 어린 대장금 놀이가 하고 싶어지는 카레&코코넛 맛, 아몬드&바다소금 맛, 칠리후추&계피 맛 등의 초콜릿들. 와인의 씁쓸하고 다소 텁텁한 기운에 초콜릿의 달콤 쌉싸래함이 더해지니, 그 맛 또한 오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