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COME, RAIN FALL
감성·치유의 공간
‘이보다 더 클래식한 빈티지는 없어!’라고 외치게 할 만큼 온통 화이트 컬러인 외관. 유일하게 까만 지붕에 새겨 있는 하얀 글씨. 잔잔한 재즈 음악이 울려 퍼지는 아늑한 공간은 같은 건물 2~3층에 자리한 디자인 문구 브랜드 ‘SPRING COME, RAIN FALL’에서 운영하는 테이블 4개짜리 작은 카페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삐걱’ 소리가 날 것 같은 나무 바닥과 길다란 원목 테이블은 기름 난로가 있는 작은 화실을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의 추억을 공유하게 만드는 감성적인 소품과 소박한 인테리어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따사로운 공간. 비틀스 LP판이 진열되어 있는 창가 너머 보이는 작은 정원은 좀 더 햇살 좋은 봄날에는 야외 테라스로 변신한다. 하얀 민 벽에 새겨 있는 글귀와 알알이 열려 있는 백열등 불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구름 꽃같은 곳. 이곳에서는 어떤 슬픔도 모두 위로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기획 김태정 | 포토그래퍼 SB1 스튜디오 | 쎄씨
수카라
나른한 봄, 달달한 휴식
‘따뜻한 차 한잔 곁들여 오래도록 쉬고 싶은 나른한 봄날’을 테마로 카페를 만든다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같다. 때묻은 테이블과 의자가 되레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만지면 손끝에 나무 냄새가 배어날 것 같은 책장에는 다양한 일본 서적이 구비되어 있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본의 한 잡지사에서 운영한다는 특성 덕일까. 일본풍의 빈티지 소품을 배제하더라도 곳곳에서 모자란 듯하지만 담백한 일본 특유의 매력이 느껴진다. ‘ㄷ’자 형 오픈 키친에서 풍기는 믿음직한 무엇은 일본인 요리사가 만들어내는 수카라의 모든 메뉴가 유기농 재료로 만드는 오가닉 푸드라는 데 있다. 커피 한잔 마시면서도 불편한 마음 달랠 길 없던 여느 카페와 다르다. 불규칙한 생활에 지친 현대인의 건강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어내는 착한 카페에서의 달달한 휴식. 에메랄드빛 나무 문을 열고 수카라에서 즐겨보라.
기획 김태정 | 포토그래퍼 SB1 스튜디오 | 쎄씨
사루비아
그는 내게 와서 낭만이 되었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그들을 우리는 빈티지라 부른다. 나는 이제 그들을 ‘낭만’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부르련다’라고 말하고 싶게 만드는 가로수길의 사루비아. 밖은 아직 쌀쌀한데 혼자 완연한 봄을 맞이한 듯 따스한 기운이 맴도는 카페 안에는 이걸 다 어떻게 모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빈티지 의자가 곳곳에 가격표를 붙이고 앉아 있다. 모두 바다 건너 일본에서, 세월을 거슬러 1960년 별에서 날아온 녀석들. 날개를 잃은 선풍기와 칠이 벗겨진 라디오 같은 소품이 괜히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백년은 살았을 것 같은 나무 테이블에 앉아 라떼를 마시다 보면 술 한잔에 낭만을 논했다는 내게 없는 기억이 괜히 주변에서 맴돈다. 모차렐라 치즈와 바질을 감싼 포크 롤, 허브 오일에 재워 구운 닭 가슴살을 올린 치킨 샐러드 등 깔끔한 맛이 풍미를 더하는 음식에 달콤한 오렌지 선셋을 곁들인 사루비아에서의 봄날. 낭만과 함께 찾아온 봄을 만끽하는 이 순간이 사랑스러울 따름이다.
기획 김태정 | 포토그래퍼 SB1 스튜디오 | 쎄씨
버터컵
‘큐트’와 ‘빈티지’의 묘한 어울림
노란색과 파란색의 조화가 눈에 띄는 외관이 한 번, 앙증맞은 스쿠터와 메뉴판을 안고 있는 타자기가 두 번 발길을 멎게 하는 홍대앞의 뉴 페이스. 오래된 카메라를 사랑하는 자매를 비롯해 친분으로 뭉친 네 명의 여사장님 정성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카페로 갓 구워낸 스콘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일본, 유럽 등지에서 공수해 온 각종 빈티지 소품과 앙증맞은 인형을 하나하나 살펴보노라면 어느덧 시간은 훌쩍 흘러가 있다. 황학동 시장에서 건져왔다는 딸기우유 컬러의 전화기 옆에 수줍게 앉아 있는 미미와 창틀 폴라로이드 카메라 사이에 살포시 앉아 있는 미키의 사랑스러운 자태는 무거운 데세랄의 셔터를 무한반복 누르게 만드는 요인.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자라고 누가 말했던가. 한번 방문하면 발을 끊을 수 없는, 버터컵에는 여자라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카와이이’한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