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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맥주 즐기기 ! relax & enjoy! cocktails & beer |
글쓴이: 애니랜드 | 날짜: 2009-07-26 |
조회: 6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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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ok.badakencoder.com/view.php?category=RUwNM0YsUg%3D%3D&num=ExxIcw%3D%3D&page=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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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맥주를 선보이는 카페와 바가 늘어나고 있다. 시원한 맥주가 간절한 계절인지라 이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 맥주를 찾아 마셔봤다. 그 맛은? 맥주에 뭘 넣었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다.
맥주는 달고 입은 쓰다 만약 필립 말로우가 모히토가 아니라 달짝지근한 피나콜라다를 마셨다면, 제임스 본드가 드라이 마티니가 아니라 불투명한 색의 칼루아 밀크를 마셨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그렇게까지 열광했을까? 술은 양말 색깔만큼이나 사람의 무드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 필립과 제임스의 깝죽거리는 성격과 시니컬한 인생관을 흠모하는 나는 술자리에서만큼은 단맛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철칙을 방금 만들었다. 물론 어릴 땐 몇 번 스카이라운지에서 우산이 예쁘게 달린 형형색색 칵테일을 먹기도 했다. 누구나 한심한 머리 스타일과 말하기 부끄러운 연예인 취향을 가진 적이 있지 않은가. 유행은 언제나 우리에게 앞으로의 5년을 어떤 식으로 살지 가르쳐준다. 칵테일 맥주라는 유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게 있다면, 지금껏 살아온 대로 그냥 살아야겠다는 거다. 마지막으로 먹은 우산 칵테일 이후 지금껏 내 인생은 ‘단 건 술이 아니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한 한 가지 목적성을 가지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홍대 앞의 ‘비너스 키친’에 갔을 때,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다양한 칵테일 맥주 중 뭐가 가장 맥주 맛에 가까운가를 왕사슴벌레의 산란 시기를 알아내는 곤충 학자보다 더 예민한 감식안으로 골라내는 거였다.
내가 고른 것은 진저에일과 맥주를 섞은 스탠디 개프(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였다. 케첩 맛 나는 레드 아이(토마토와 맥주를 섞은 것)와 설탕을 아낌없이 넣은 자몽 주스 같은 다이칸 루비에(자몽과 맥주를 섞은 것) 앞에서 나는 생강 예찬론자가 됐다. 생강의 쓴맛이 맥주의 쓴맛과 부드럽게 잘 어울리는 스탠디 개프는 살이 점점 찌고 있어 더 더운 여름밤에 종종 생각나는 술이 됐다. 다만, 그릇과 컵의 물기를 좀 닦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설마 이게 돌 맞을 요구는 아니겠지?
칵테일 맥주를 파는 곳에선 전반적으로 여성 우대의 분위기가 났다. 서빙하는 잘생긴 청년이 젓가락만 갖다 줘도 까르르 웃는 여대 앞 와플 가게를 간 느낌이라고 할까. ‘바 오지’는 그중 가장 극단적인 곳이었는데, 화장실에 가는 나에게 문을 닫아주며 “문 꼭 잠그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저, 어린애 아니거든요? 가뜩이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션과 정혜영의 언론 노출, 게스트에게 핫 초콜릿을 먹여놓고 ‘달콤한 밤 되세요’라는 멘트를 날리는 <김정은의 초콜릿>, 유승호의 ‘슈퍼100’ CF로 인해 세상이 점점 닭살스러워지는 마당에 술집에서까지 이런 경험을 해야 하나. 내가 시킨 시트러스 붐비어 (감귤과 맥주를 섞은 것)는 너무 달아서 3분의 1도 채 먹지 못하고 보드카 토닉, 결국은 소주 한 병으로 입을 헹궈야만 했다. 만약 나처럼 쓰디쓴 입을 가진 사람이라면 차라리 달다고 대놓고 유세 떠는 아몬치노 비어(아몬드와 초코, 시나몬을 섞은 맥주)를 권한다. 치즈와 과일이 눈부시게 나오는 안주는 예쁘고 맛있지만 술이 너무 달아서 몇 개 깨작거리다가 마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했다.
바 오지의 사람들처럼 성북동의 송스 키친에서 일하는 두 남자 역시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에스프레소와 맥주를 섞은 일명 ‘송주 1’은 한입 들이켜는 순간 왜 인기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정말 맥주 맛이었다. 커피의 흔적이 향에 남아 있어 마시기 직전 기분 좋은 냄새가 났다. 맥주와 커피가 모두 내 몸에 있는 수분을 함께 모조리 앗아가더라도 이 칵테일 맥주라면 앉은 자리에서 열 잔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여자 손님이 좋아하는 인기 있는 안주 치즈떡볶이의 얼얼하도록 매운맛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음 한 잔을 더 마실 것을 권했다. 이 술을 캔맥주로 출시한다면 선셋 블루버드의 하드보일드 탐정이 나오는 소설에서도 소품으로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긴 그들이라면 맥주에 떡볶이를 먹진 않겠지.
글 | NAH JI UN
‘칵테일’ 맥주와 칵테일 ‘맥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뉴욕에서 한 달 동안 휴가를 보내고 온 친구에게 장난삼아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런데 평소 애주가로 소문난 그 친구는 새로 산 가방 자랑도 뒤로하고 커피 맥주에 대한 이야기부터 늘어놓았다. 커피와 맥주를 일정 비율로 섞은 칵테일 맥주인데, 그 맛이 기가 막힌다며 밤마다 홀짝거렸다고 했다. 그 밖에도 많은 이야길 들었지만, 머릿속에 남는 건 맥주뿐이었다. 오죽 하면 집으로 가는 길에 에스프레소 캔 커피와 맥주를 사서 섞어 마실 생각을 다 했을까. 스무 살에 ‘KGB 레몬’을 처음 마시고 맥주가 상큼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몇 달간 찾아 마신 적도 있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카스와 OB의 맛을 구분하게 된 후 ‘세계 맥주 바’를 전전하며 여러 나라 맥주를 마셨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맥주는 맥주다워야 맥주라는 것. 버드와이저를 좋아하는 건 바에서 가장 싸기 때문이 아니라 목구멍이 따끔거리며 시원하게 넘어가는 느낌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그 맛을 설명하면서 눈을 반짝거리던 친구 표정이 생각나 군침이 돌기 시작했으니 외도하는 기분으로 칵테일 맥주를 찾아봤다. 홍대에 있는 ‘비너스 키친’은 오키나와풍 음식점이어서인지 괜히 맥주가 당겼다. 영화 <안경>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우아하게, 맥주를 ‘물처럼’ 마실 수 있는 분위기랄까. 석류, 레몬, 생강, 자몽, 에스프레소…. 재료만 봐선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작명의 기술이라고, 칵테일을 마실 때도 괜히 ‘키스 오브 파이어’ ‘피에스 아이 러브 유’ 같은 메뉴를 재미삼아 고르던 나는 결국 ‘레드 아이’를 선택했다. 간 해독 기능이 있다는 토마토를 넣은 맥주는 참 아이러니한 조합이지만. 커다란 칵테일 잔에 담겨 나온 붉은 액체는 언뜻 맛있어 보였으나, 빨대를 보는 순간 김이 확 빠졌다. 클럽에서 어쩔 수 없이 맥주병에 빨대를 꽂아 마실 때의 그 찝찌름한 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타코라이스와 명란 파스타를 맛있게 먹으며 한 입 마셨는데 이거, 토마토 주스다. 그것도 과즙이 제대로 살아 있는 생과일 주스. 그나마 친구가 시킨 자몽 맛 맥주 ‘다이칸 루비에’는 칵테일 소주 같아도 건더기가 없다는 게 부러웠다. 잔에는 나무 숟가락도 담겨 있었다. 토마토가 가라앉으면 저어주고, 떠 먹으면서 즐기라는 거다.
못 즐기는 나로선 매우 유감이지만. 조금 더 ‘술다운’ 맛을 기대하며 찾은 ‘바 오지’는 여성 친화적인 인테리어가 홍대라는 동네에서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메뉴의 반을 차지하는 수십 개의 칵테일 맥주 이름을 보며 “생맥주 한 잔이오!”라고 외치고 싶은 걸 꾹꾹 참고 아몬드와 초코, 시나몬이 들어간 ‘아몬치노 비어’를 시켰다. 여느 커피 체인점에서 아이스커피를 시키는 기분이다. 거품 위에 잔뜩 뿌린 시나몬이 입술에 묻으며 단맛이 났지만 거품 아래로는 제법 맥주다웠다. 그런데 슈가 파우더로 멋을 낸 과일 치즈 안주를 집어 먹으며 한 입 더 마셨더니, 왕년에 좋아하던 칼루아 밀크의 단맛이 생각난다.
험프리 보거트 같은 남자가 이 맥주를 내게 보내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고 했다면 반하다가 말 일이다. “이봐요, 이 술은 취하기엔 너무 달다고요.” 그에 비하면 선택 사항이 두 개밖에 없는 송스 키친은 메뉴부터 편안했다. 짐빔을 넣은 송주 2는 제쳐두고 에스프레소를 넣은 ‘송주 1’을 시켰는데, 커피 향이 많이 났지만 맥주 본연의 맛은 잃지 않아 일단 합격이다. 두 곳에서 본 빨대도 보이지 않으니 이제야 맥주 마시는 기분이 난다. 맥주는 다른 재료와 잘 섞이지 않아 칵테일을 만들기 힘들다던데, 커피와의 궁합은 훌륭한 것 같다. 커피와 담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젠체하며 권할 만한 메뉴다. 하지만 결국 나는 어디 가서 칵테일 맥주 예찬을 펼칠 것 같진 않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더니, 칵테일 맥주는 집에 있는 병맥주의 소중함을 알게 해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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