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주일이 또 지났다. 그 사이 적지 않은 마음들이 다녀갔고 불편한 일들과 새롭고 진실한 일들도 생긴 듯 하다. 잠에서 깬지 두 시간도 채 안 된 것 같은데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해를 즐거워하며 꿈을 꾼다. 내 마음이 니 마음이고 니 마음이 모두의 마음이라고 여기면서...
주말에도 평소와 같이 낮에 일을 하고..밤에는 그림을 그리고 혼자 밥을 먹고 가끔 빵이나 과자를 굽고 윤씨를 만나기도 하고 하며 지낸다. 주일 저녁에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는 것 외엔 주말이라고 해서 일정에 별 변화가 있지는 않다. 크게 맘먹지 않아도 언제나 아침과 점심을 합쳐 아점을 먹게 되는 나로서는 생활 패턴에서 오는 하나의 습관일 뿐... 여유로움의 대명사로서 '브런치'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날씨 좋은 토요일에는 게으름을 잔뜩 부리다가 브런치라는 것을 챙겨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평소처럼 찬밥에 물 말아 신김치나 멸치조림과 먹는 그런 브런치(내가 최고로 치는 브런치) 말고 느릿느릿 여유롭게 만들어낸 그런 브런치 말이다. 구워놓은 빵도 없고..게으름 부리다 밥솥을 열었는데 오늘도 한 그릇도 못되는 찬 밥 한 덩이가 곱게 모셔져 있다. 하여 두부를 넣고 볶음밥 브런치를 만들까 한다. 뭐 덕분에 냉장고 정리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라이스 브런치... 두부카레볶음밥
재료 두부 3/4모, 애호박 1/6개, 당근 1/8개, 양파 1/4개, 홍고추 1/2개, 대파 1/4대, 다진마늘 1작은술, 약간의 소금과 후추, 쌀밥 작게 1공기, 고형카레 1인분, 식용유 약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두부 외에 들어가는 재료는 집에 있는 것들을 활용해서 여러가지 넣어주세요. 버섯 넣으면 쫄깃한 식감도 살고 좋겠죠.^^
+ 제가 사용한 두부는 일반 포장두부 (풀x원, 종x집 등) 입니다. 참고하세요~
+ 전 일본산 고형카레를 사용했는데요, 카레가루를 사용하셔도 무방합니다. 재료의 양과 취향에 따라 카레의 양 가감해주세요.
+ 밥알이 알알이 살아있어야 진짜 볶음밥입니다~ 볶을때 꾹꾹 누르거나 떡지게 볶아지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밥을 가르듯이 잘라가며 볶는 것이 요령이에요^-^
+ 전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두부를 넣었는데요, 닭가슴살을 넣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닭가슴살 이용하실 때는 힘줄 제거하고 청주와 후추, 소금으로 미리 밑간 하셨다 사용하세요. 참, 여기 새우를 넣고 만들어도 맛있어요. 새우 넣으실 때는 청주와 레몬즙으로 밑간 했다가 사용하세요.
+ 보통은 대파를 넣을 때 마늘과 함께 처음에 향을 내가며 볶는데 카레의 향이 워낙 강한데다가 너무 심하게 뭉게진 파는 싫어서 볶던 중간에 넣었습니다. 참고하세요~
+ 볶거나 튀기는 요리 하실 때는 포도씨유나 까놀라유 쓰는게 좋답니다. ^0^
먼저 밥이 차다면 전자렌지에 살짝 돌려서 밥알이 잘 풀어지도록 만들고 방금 한 밥이라면 그릇에 담아 한 김 나가도록 약간 식혀둔다.
애호박, 양파, 당근, 홍고추는 잘게 자르고 대파도 송송 얇게 썰어둔다. 두부는 칼의 옆면을 이용해서 대충 으깨서 준비한다.
으깬 두부를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볶아 수분을 날린다. 어느정도 고슬고슬하게 되면 약간만 싱거울 정도로 소금, 후추 간 하고 바짝 볶아 그릇에 덜고 잠시 대기...
팬을 닦고 기름을 두른 팬에 다진마늘 넣어 향을 내고 여기 양파와 당근을 넣어 볶다가 호박과 고추, 대파를 넣고 마저 볶는다. ( 단단한 것->빨리 익는 것 순으로...)
여기에 밥을 넣고 주걱으로 가르듯이 밥알을 흩어지게 해가며 볶는다.
아까 대기시켜 둔 두부를 넣고 잠시 볶다가 카레로 간하며 볶아주면...
향긋담백한 두부 카레볶음밥 완성! ^^*
야채 장아찌를 곁들여 먹었다. 모듬 야채 장아찌 만들러 가기
한 숟가락 푹 떠먹으면 향긋한 카레의 향과 두부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근사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황사가 모두 물러갔다더니 공기가 참 깨끗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조금 있다가 밖에 나가면 집 앞으로 즐비한 까페들 야외 테라스에서 간단히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샌드위치로 브런치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 사는 모양새 모두 달라도, 먹는 것 모두 달라도 주말에 여유롭고 싶은 마음만은 같은가보다.
ps. 오늘 같은 토요일에 추천하는 음악 Buskers - If I Ruled The World
더 많은 음식 이야기를 보시려면
http://girinnamu.com
기린나무의 게시물을 스크랩, 재게시 하실 때에는
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 가져가 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제 진심어린 글과 사진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상업적,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함을 말씀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