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주인공이 요리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게 자주 등장하는 건 하루키뿐 아니라 신경숙의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요리법에 대한 묘사가 어찌나 섬세하고 조근조근한지 읽고 있으면 침 넘어가기 일쑤. <어나벨> 속에 등장하는 가장 인상적인 음식은 아욱국이다. 주인공 정윤이 청춘의 상념과 고독을 나누게 된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윤미루와 이명서가 처음 함께 나누었던 음식이기도하다. 정윤의 자취방에서 머리를 맞대고 아욱국에 밥을 말아 파란 아욱을 후루룩 먹는 장면은 이들 세 사람이 기억하는 가장 따뜻했던 시간의 추억이다.
아욱국 by 윤미루
윤미루가 내 손에서 아욱을 가져가더니 아욱 줄기의 껍질을 금세 벗겨냈다. 푸른 아욱 줄기 사이를 윤미루의 화상 입은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중략)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다듬은 아욱을 데쳐내더니 수돗물을 틀어 꾹꾹 힘있게 주무르기까지 했다.
- 아욱을 데친 후에 끓이는 거야? - 이래야 아린 맛이 사라져.
(중략) 윤미루는 마른 보리새우를 씻어 국냄비에 넣었다. 엄마는 그냥 아욱을 푸른 물이 날 때까지 바락바락 주무른 뒤에 씻어내고 끓였다는 생각. (중략) 아욱을 능숙하게 다루는 윤미루의 모습이 내겐 낯설기만 했다.
응용편 윤미루 방식으로 집에서 끓이기
재료 아욱 100g(아욱 반 단 분량), 된장 2큰술, 보리새우 1큰술, 대파 조금, 국물용 멸치 5마리, 물 5컵, 국간장 1큰술, 굵은 소금 1/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대파 약간
만들기
1 아욱은 겉껍질을 벗겨 손질해둔다. 고구마 줄기 다듬듯 끝부분을 툭 분질러 겉껍질을 벗겨내야 질기지 않다.
2 냄비에 분량의 물과 멸치를 넣고 끓여 육수를 우려낸다. 멸치는 찬물에서부터 넣고 끓여야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 멸치가 없으면 쌀뜨물로 대체해도 굿!
3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아욱을 데쳐낸 뒤 재빨리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둔다.* 보통 아욱국을 끓일 때 생 아욱을 그대로 넣는데 신경숙의 <어나벨>에서는 아욱을 한 번 데친 뒤 국을 끓이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4 육수에 아욱과 마른 보리새우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어슷썬 대파를 넣어준다.
5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한다. 칼칼한 맛을 좋아하면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1/2큰술 정도 넣어줄 것.
Another tip ‘시어머니가 며느리 집 나가면 끓여먹었다’는 전설(?)이 있는 아욱국. 제대로 끓이면 국물 맛이 일품인 요리다. 다른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를 따뜻하게 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다분히 정서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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